안녕하십니까, 기술과 시장의 흐름을 분석하는 Dr. Daily입니다.
2025년 현재, AI 반도체 시장의 가장 중요한 부품인 HBM(고대역폭 메모리) 시장은 SK하이닉스의 독주 체제로 요약됩니다. 이로 인해 SK하이닉스의 기업 가치는 천정부지로 솟은 반면, 오랜 기간 반도체 시장의 '왕'으로 군림했던 삼성전자는 추격자의 입장에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최근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삼성전자의 HBM 전략에 대한 갑론을박이 뜨겁습니다. 단순히 뒤처진 것인가, 혹은 더 큰 그림을 위한 전략적 후퇴인가? 오늘 포스트에서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냉정한 데이터와 기술적 분석을 통해 삼성전자의 현재와 미래를 심층적으로 들여다보겠습니다.
1. 냉정한 현실: 삼성전자는 왜 HBM 경쟁에서 뒤처졌나?
팩트부터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삼성전자는 4세대 제품인 HBM3 시장의 주도권을 SK하이닉스에 내주었습니다. 특히 AI 칩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한 엔비디아(NVIDIA)향 공급망 진입에 어려움을 겪으며 시장의 신뢰를 일부 잃었습니다.
이는 단일한 원인보다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결과입니다. 업계에서는 삼성이 HBM보다는 CXL 등 다른 차세대 메모리 기술에 더 무게를 두는 사이,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HBM3 시장을 선점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2. 기술 전쟁의 핵심: TC-NCF vs. MR-MUF, 무엇이 다른가?
두 기업의 HBM 경쟁을 이해하기 위한 핵심 키워드는 바로 패키징 기술입니다. D램 칩을 수직으로 쌓아 올릴 때 사용하는 방식이 다른데, 이 차이가 현재의 수율과 성능을 갈랐다고 볼 수 있습니다.
(1) SK하이닉스의 'MR-MUF': 검증된 안정성과 높은 수율
방식: 칩을 쌓은 뒤, 칩 사이의 미세한 틈을 액체 상태의 보호재(Underfill)로 한 번에 채워 굳히는 방식입니다.
비유: 건물 층 사이사이에 **'액체 특수 콘크리트'**를 부어 통째로 굳히는 것과 같습니다.
장점: 열 방출이 뛰어나고, 공정이 비교적 단순해 안정적인 대량생산(수율)에 유리합니다. 현재 HBM 시장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단점: 보호재가 차지하는 공간 때문에 전체적인 두께가 다소 두꺼워질 수 있습니다.
(2) 삼성전자의 'TC-NCF': 더 얇고, 더 높이 쌓기 위한 선택
방식: 칩을 한 층씩 쌓을 때마다 얇은 비전도성 필름(Non-Conductive Film)을 사이에 끼워 넣고, 열과 압력으로 압착하는 방식입니다.
비유: 각 층마다 **'최첨단 접착 필름'**을 붙여 정교하게 쌓아 올리는 방식입니다.
장점: 칩 사이 간격을 최소화해 전체 패키지를 더 얇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이는 향후 16단 이상의 고단 적층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집니다.
단점: 각 층을 개별적으로 압착해야 하므로 공정이 복잡하고, 필름의 미세한 결함이나 열 제어 문제로 초기 수율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결론적으로, SK하이닉스는 현재의 안정성을, 삼성전자는 미래의 확장성을 선택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3. 삼성의 반격 카드: HBM3E 퀄 통과와 '게임 체인저' HBM-PIM
시장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의 반격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HBM3E, 마침내 엔비디아의 문을 열다: 2025년 9월 말, 삼성전자는 여러 차례의 도전 끝에 마침내 엔비디아의 12단 HBM3E 제품에 대한 품질 인증(Qualification)을 통과했습니다. 비록 SK하이닉스, 마이크론에 이은 세 번째 공급사로 초기 물량은 제한적이겠지만, 이는 시장의 기술적 우려를 불식시키고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상징적 사건입니다.
미래의 비밀병기, HBM-PIM: 삼성전자는 단순히 HBM을 만드는 것을 넘어, 메모리 내부에 연산 기능(Processor)을 통합하는 HBM-PIM(Processing-in-Memory) 기술을 수년간 개발해왔습니다. 이는 CPU/GPU와 메모리 간의 데이터 이동을 최소화하여 AI 연산 속도와 전력 효율을 극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게임 체인저' 기술입니다. 아직 상용화 초기 단계지만, 특정 AI 응용 분야에서 채택될 경우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잠재력을 가집니다.
4. Dr. Daily's Analysis: '왕의 귀환' 시나리오는?
종합적으로 볼 때, 삼성전자의 '왕의 귀환'은 가능성이 충분하지만 시간이 필요한 과제입니다.
단기적으로는 HBM3E 공급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늘려 시장 점유율을 회복하는지가 관건입니다. 여기서 TC-NCF 기술의 수율 안정성이 증명되어야 합니다.
장기적으로는 TC-NCF가 유리한 16단 이상의 HBM4 시장과, 누구도 상용화하지 못한 HBM-PIM과 같은 차세대 기술에서 '초격차'를 다시 만들어낼 수 있느냐에 성패가 달려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삼성전자는 현재의 HBM 경쟁에서 분명한 '도전자'입니다. 그러나 막대한 자본력, 최고 수준의 엔지니어링 인력, 그리고 미래를 내다보는 기술 투자는 삼성이 결코 이대로 머물지 않을 것임을 시사합니다. 투자자들은 단기적인 성과에 일희일비하기보다, 기술적 변곡점이 될 HBM4 시장에서의 성과를 주시하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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