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계약서 써주면 당신이 손해입니다
집 사면서 "세금 좀 줄이자"는 말에 고개 끄덕였다가, 나중에 수천만 원 토해낸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 글 끝까지 읽으면 딱 세 가지가 보입니다.
① 다운계약서를 거절해도 계약이 깨지지 않는 이유 ② 써줬다가 걸렸을 때 얼마나 나오는지 ③ 상대방이 버틸 때 법적으로 어떻게 밀어붙이는지
실제로 이런 일이 생깁니다
매매계약 도장 찍고 계약금 1,000만 원 건넸습니다.
잔금 날 며칠 전, 매도인이 전화합니다.
"저 양도세가 좀 많이 나와서요. 등기는 낮게 치면 안 될까요? 어차피 다들 이렇게 해요."
중개사도 거듭니다. "워낙 흔한 거라서요, 크게 문제 안 됩니다."
계약금은 이미 줬고, 이 집 놓치면 또 몇 달을 발품 팔아야 합니다. 거절하면 계약이 깨질 것 같고, 써줬다가 나중에 어떻게 될지도 모르겠고.
이 상황, 생각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겪습니다.
"다들 이렇게 해요"가 가장 위험한 말입니다
다운계약이 관행이었던 건 맞습니다. 과거엔 잘 안 걸렸고, 걸려도 솜방망이였으니까요.
지금은 다릅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 국세청 AI 모니터링, 주변인 제보 포상금까지 — 적발 구조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다들 하잖아요"라는 말만 믿고 서명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문제는 걸리는 사람이 '운 없는 사람'이 아니라는 겁니다. 제보 한 통이면 누구든 걸립니다. 그 제보자가 거래 상대방 본인일 수도 있습니다.
진짜 문제는 여기서 시작됩니다
다운계약이 위험한 건 단순히 "불법이라서"가 아닙니다.
구조 자체가 언제든 터질 수 있는 시한폭탄이라는 게 문제입니다.
매도인 입장에서 생각해보세요. 거래 끝나고 몇 달 뒤, 매수인이 마음이 바뀝니다. 리니언시(자진신고) 제도로 먼저 신고하면 본인 과태료는 100% 면제입니다. 매도인만 폭탄을 뒤집어쓰게 됩니다.
매수인도 마찬가지입니다. 계약서에 참여한 공인중개사가, 심지어 옆집 세입자가 포상금 목적으로 신고할 수 있습니다. 신고 포상금은 부과된 과태료의 20%, 최대 1,000만 원입니다.
비밀 계약이라는 건 없습니다. 아는 사람이 둘 이상이면 그 순간부터 비밀이 아닙니다.
걸리면 얼마나 나오나요
숫자로 보는 게 제일 빠릅니다.
5억짜리 아파트를 4억으로 낮춰 신고했다가 적발된 경우를 가정하면,
- 과태료: 취득가액의 최대 10% → 최대 5,000만 원
- 양도세 비과세 박탈: 1세대 1주택이라 한 푼도 안 낼 수 있었는데, 비과세 혜택 전면 취소
- 부당과소신고 가산세: 추징 세액의 40% 추가 (일반 가산세의 4배)
- 납부지연 가산세: 하루 0.022%씩, 적발 시점까지 매일 누적
절세하려다 오히려 본세 + 가산세 + 과태료를 한꺼번에 맞는 구조입니다.
마치 음식 한 끼 공짜로 먹으려다 식당을 통째로 물어줘야 하는 상황입니다.
계약금 줬어도 거절할 수 있습니다
"이미 계약금을 줬는데 거절하면 계약이 깨지지 않나요?"
여기서 대부분 사람들이 모르는 대법원 판결 하나가 있습니다.
대법원 2014다236410 판결 (2015. 5. 28.)
매매계약서에 "잔금 시 낮은 금액으로 등기한다"는 특약을 명시적으로 써놓았더라도, 매수인이 이를 거절했을 때 매도인이 소유권 이전을 거부할 수 없다고 확정했습니다.
법원의 논리는 단순합니다.
매매계약의 핵심은 돈 받고 소유권 넘기는 것이다. 다운계약서 작성은 그 핵심과 무관한 부수적인 약속일 뿐이다. 부수적인 약속을 안 지킨다고 핵심 의무 이행을 거부할 수 없다.
쉽게 말하면 이렇습니다.
치킨 배달시키면서 "사장님, 영수증은 낮게 끊어주세요"라고 부탁했는데, 나중에 내가 거절하자 사장이 "그럼 치킨 안 줘"라고 하는 것 — 법원은 이걸 허용하지 않습니다.
특약에 서명했어도 다운계약서는 거절할 수 있고, 거절해도 계약은 살아있습니다.
매도인이 버틸 때, 이렇게 하면 됩니다
상대방이 끝까지 소유권 이전을 거부하면 두 가지 카드가 있습니다.
① 법원 공탁 + 소유권이전등기 청구 소송 잔금 기일에 잔금 전액을 법원에 공탁하고, 소유권이전등기 소송을 제기하면 됩니다. 대법원 판례가 확립되어 있어 승소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② 계약 해제 + 위약금 청구 집보다 손해배상을 원한다면, 매도인의 이행 거절을 원인으로 계약을 해제하고 계약금 배액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통상 계약금의 10%는 법원에서 전액 위약금으로 인정됩니다.
법은 다운계약서를 요구하는 쪽 편을 들지 않습니다.
지금 이 글 읽으면서 떠오르는 얼굴이 있나요
"어차피 잘 안 걸리겠지"가 아니라, "나는 걸렸을 때 어떻게 되지?"를 한 번이라도 생각해본 적 있다면 — 이미 위험 신호를 감지한 겁니다.
부동산 계약 전에, 또는 지금 다운계약 요구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면 — 거절하는 게 맞습니다. 거절해도 계약은 안 깨집니다. 법이 그렇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이미 써줬다면, 상대방보다 먼저 자진신고(리니언시)하는 게 현실적으로 가장 유리한 선택입니다.
